주말밤 한남동

단상 Vorstelltung 2012. 1. 9. 09:4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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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후배의 부친상이 있어 한남동의 한 대학병원에 다녀왔다. 연락은 금요일 늦은 저녁, 귀가를 하고 나서 받았는데, 동문들이 이 날 장례식장에 꽤 모였는지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며 시끌벅적했다. 토요일 저녁에 가 보니 동문은 달랑 1년차 후배 두 명만 있었다. 상주의 얘기를 들으니 올 사람은 금요일에 다 왔다고 했다. 아마 나도 좀 더 일찍 연락을 받았다면 금요일에 갔을 것이다. 한 친구는 이리저리 지나간 경조사 때 본 적이 있고, 또 다른 한 명은 12년 만에 만났는데 못 알아볼 정도로 살이 올랐다. 한 시간 정도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다가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상주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8시에 나왔다. 늦은 주말의 한가로움이 이런 곳에서도 문득 느껴졌다. 세 사람은 한남역으로 가다가 시간도 늦지 않아서 술집으로 들어 갔다. 요로결석에 걸렸었다는 친구는 장례식장에서부터 맥주만 4깡을 마시더니, 장작불에 달구어진 한방 닭의 속에 가득찬 밥을 부지런히 긁어 먹었다.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이 친구는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서 비감어린 표정을 지었는데, 혈흔이 섞인 오줌으로 고통받았던 그의 병치레에 공감이 가면서도 벌써 이런 나이가 됐나 싶었다. 학창시절부터 온갖 것에 대한 수다를 늘어 놓으면서도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던 또 다른 친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전히 자기개발로 자신의 이력을 철저히 다지고 있었다. 소설책 한 권 달랑 비닐팩에 넣고 오고 간 나에게 상주인 후배는 배웅길에 책 한 권 읽어 본 지도 오래됐다고 했다. 저마다 다들 바쁜 삶들 속에서 이런 때나 잠시 만날 수 있는 여유를 고인이 제공해 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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