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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기운과 함께 몰아치던 서유럽의 군세는 거대한 밀물처럼 동쪽으로 흘러가다 모스크바라는 항만에 부딪치고 썰물처럼 다시 서유럽으로 쓸려간다. 1783년에서 1815년까지 근 30년 유럽을 소용돌이치던 거대한 혁명과 반혁명의 물결 위에서 나폴레옹이 유럽의 정복자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우연의 산물에 불과할 뿐이라고 톨스토이는 서술한다. 대혁명기 국내의 정치적 혼란의 외곽에서 일개 포병장교에 불과했던 자가 전쟁영웅으로 귀국했을 때 전유럽이 그를 거대한 혁명의 견인마로 숭배했지만, 반혁명의 인접국인 영국을 봉쇄하는데 실패하고 동쪽에서 역시 반혁명의 종주국을 자처하던 러시아를 침공하고나자 전유럽은 그를 버렸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서 잠시나마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자의 몰락과 함께 유럽의 전쟁은 소멸되어 가고 이 전쟁의 거친 파도에 휩쓸렸던 인물들의 삶은 안정을 찾아간다. 삐예르는 나타샤와, 나타샤의 오빠 니콜라이는 나타샤의 약혹자였던 안드레이 공작의 동생 마리야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이들이 이렇게 극적으로 맺어지는 과정은 전쟁의 결과였다. 끊임없이 전쟁의 주동자 역할을 자처하는 세계사적 인물들이 한반도를 놓고 펼치는 설전은 굉음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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