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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의 사후 절망의 상태에 빠진 로스토프가의 나타샤를 일으켜 세운 것은 공교롭게도 동생 뻬짜의 전사였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고통에 직면해 삶의 의지가 되살아 난다.  무용에 고취되어 무리하게 군에 입대했던 뻬짜는 데니쏘프의 유격대에서 돌로호프가 지휘하는 공격에 가담해 만용의 상태로 돌격에 나섰던 것이다. 이러한 무리한 공격은 쿠트조프 총사령관이 염려했던 것이다. 뒤꽁무니를 빼는 상처입은 짐승을 정면에서 가로막아 저지하기 보다는 그대로 되돌려 보내주는 것이 낫다는 것으로, 어차피 나폴레옹을 포함한 지휘부를 사로잡는다는 불가능한 목표 때문에 아군은 물론 적군도 피폐해지는 처절한 동란에 휩쓸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 전쟁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 보다는 그 전쟁에 동원되고 전장에 살고있는 이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것이기에, 전쟁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노장의 의중이지만, 이러한 동정론은 황제를 비롯한 막료 장교들로부터 쿠트조프가 프랑스의 스파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돌게 할 정도로 그를 궁지로 몰아 넣는다. 사실 아무런 제지없이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로 왔다고 하더라도, 돌아가는 길 자체가 파멸의 길이었으므로, 무리한 원정은 나폴레옹의 몰락을 재촉하는 계기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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