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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에 두번째 출국의 귀착지는 마찬가지로 일본이었다. 그때는 큐슈였고 이번엔 관서지방. 풍경은 그때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지만, 이번엔 주로 대중교통으로 다니다 보니 일본의 또다른 일상을 접할 수 있었다. 연수와 관광이 뒤섞인 이번 여행에서 총무를 맡아 모든 계산을 현금으로 하다보니 호텔 데스크의 안내원과 음식점/술집/계산원과 기초적인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초급의 일본어 실력으로 글자는 볼 수 있지만 막상 회화는 전혀 되지 않아 불안전한 영어를 본능적으로 쓸 수 밖에 없었다.  동행들과 전철과 택시를 이용해 계속 움직이고 먹고 마시고 일일히 계산하고 하다보니 사실 시간성의 여유는 11년 전보다 더 없었다. 가뜩이나 담배 피울 외부 공간이 드문데, 같이 담배 피울 사람도 없었다. 술집이나 호텔의 내부에는 흡연실이 따로 있으나 외부에서 담배 피울 공간은 오아시스처럼 희귀하고 보행중 흡연하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다. 전철 창밖에서 비슷한 모양으로 빼곡히 늘어선 저층 주택가와 저층의 아파트에서 질서 정연하게 살아가는 일본인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스마트 폰을 들여다 보는 전철 승객들의 풍경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객실에서 1명 정도는 책을 본다. 마찬가지로 젊은 층들은 아이폰을 많이 쓰고, 특히 라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특이하다. 일본판 카카오톡이 있는지 몰랐는데, 카카오를 쓰는 승객도 봤다. 정밀 제조업의 강국에서 한국산 메신저 프로그램이 일본 저변을 파고 들어갔다는 것도 놀라운 현상이다.

교토를 좀더 오래 보고 싶었는데, 오후 한나절 이 도시의 대표적 절과 신사만 보고 오사카로 돌아가고만 것이 아쉽다. 대도시이면서 육중한 전통미와 낮은 일상사가 혼재된 느낌을 받았다. 현대적 도시같은 고베의 경우 현청이 고베시를 내려다 보고 있고, 히메지는 무장한 봉건 영주가 망루같은 성에서 도시를 관할했다면, 교토는 오래되고 우람한 절이 이 오래된 도시를 굽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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