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에서 대학로까지

여행 Reise 2016. 6. 20. 05:2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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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충주와 제천 사이 월악산 자락의 농가에 갔다가 다음날 약속한 공연을 보기 위해 혜화동에 갔다. 초저녁 동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가까스로 7시 30분을 넘겨 도착한 충주 터미널에서 월악산 줄기로 가는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이 시골버스에 탄 승객 대부분은 고등학생인데 하루에 버스가 단 세 번 들어가는 중원의 오지에서 충주까지 통학을 할 수는 없는터라 이렇게 금요일에나 집에 갈 수 있는 사정이다. 충주호를 지나 어두워져가는 산악도로에서 옆에 앉은 고등학생은 하염없이 창밖의 비경을 바라본다. 카잔차스키는 <모레아 기행>에서 시골아이들을 예찬한다. 욕망을 마음껏 발산할 수 없는 자연의 경계에서 그들은 기다림을 통해 내적 충만감을 채워가며 이것은 예술적 완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버스를 내리고 20분간 비탈길을 올라 도착한 농가의 아이는 초등시절을 훌쩍 뛰어넘어 고등학생이 되어 있다. 이런 산골에만 있다가 역시 충주로 나가 기숙사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 충주는 거대한 도심이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술과 피곤에 곯아 떨어지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첫차를 타고 충주시내로 갔다. 반기문의 옛 거처를 조성중인 자유시장에서 친구와 칼국수를 먹고 좌석 매진으로 1시간을 기다리다 탄 버스에 타자마자 다시 잠들고 난 후 점심에 도착해 대학로에 갔다. 장애인미디어아트센터의 연극을 이번에는 가겠다는 약속과 피곤한 심신이 갈등을 일으켰지만 1시간 반 가량의 상행 버스가 달콤한 휴식을 줬다. "줄탁동시"라는 제목의 공연을 보면서 뇌병변장애인의 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는 답답함은 있었지만 그들의 소망이 단지 구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점에서 행동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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