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계의 잠수함

단상 Vorstelltung 2010. 3. 30. 13:3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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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느 블로그에서 천안함에 대한 짧은 인상을 읽고 올린 댓글을 여기로 옮겼는데, 더 연장해서 써본다.  96년에 옥계에 침투(침투가 아니라 제주도 연안까지 조사활동을 갔다가 복귀를 하는 중이었다는 얘기도 있다)했던 잠수함을 내가 처음 본 것은 지난 2003년 12월 24일이다. 결혼을 앞두고 동해의 처가에 처음 인사를 간 시기였다. 이런 일이 아니고서는 결코 동해에 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무사히(?) 처가 어른들과 첫 만남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데, 지금은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차로 강릉 터미널까지 우리를 배웅해 주시면서, 중간에 들른 곳이 강릉 남쪽에 있는 해군 전시 시설이었는데, 여기엔 퇴역한 대형 미군함과 옥계에 침투했던 북한 잠수정이 있었다. 미군함은 2차대전까지 쓰던 것으로, 철덩어리로 된 그 복잡한 내부 구조의 통로와 공간은 천안함과 마찬가지로 매우 비좁게 보였지만, 마치 바다속 마을처럼 군함에는 별의별 시설이 다 있었다. 이에 비하면 북한의 잠수정은 승무원을 위한 공간이란 개념 자체가 없을 정도로 내장된 시설과 장비가 공간을 점령하고 있어, 여기에 어떻게 열명 이상의 병사들이 탑승해 왔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96년에 이들이 침투했던 때는 내가 예비역으로 학교를 다닐 때였다. 그때 자취방에서 예비역들끼리 술을 마시면서 이와 관련된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5공수를 나온 선배가 북한군의 사격으로 전사한 부사관이 아는 얼굴이라고 했었다. 묘한 시차감이 감돈다. 가끔 나는 옥계의 잠수정이 생각날 때면, 이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일었다. 침투한 북한병사의 관점에서.
   
                                           2003년 당시 사양의 카메라폰으로 찍은 북한 잠수정의 후미

*이미 이 사건에 관한 연극도 있었다 :  http://www.newstage.co.kr/new/news/view.html?section=9&category=90&item=&no=4786&osort=gn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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