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의 동요

헤겔 Hegel 2010. 5. 18. 10:3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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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버스로 퇴근하면서 『정신현상학』1권을  읽는데, 역시 토마스 만의 지루한 소설보다 더 재미없다. 이런 책이 재미있다는 것은 뭔가 이상한 것이다. 한글의 술술 읽힘과 쉽지 않은 글의 문맥은 서로 갈등한다. 이래서 가급적 『정신현상학』은 쉽게 보려 하지 않았는데, 일단 대출한 이상 2주 내로는 어떻게든 읽어나가야 겠다.  

의식 장에서 헤겔은 대상과 지각의 문제를 다루면서, 대상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독립성과 대립성을 놓고 집요하고 반복적인 논의를 전개하다가 갑자기 힘이라는 개념을 내놓는다. 문맥을 잘 짚지 못해 '갑자기'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힘은 자기에게로 귀속하는 밀려 들어가는 힘과 대립된 상대방을 유발시키는  발현하는 힘으로 나눠지는데, 이 힘은 한 물질의 두가지 양상이다. 실체의 속성과 양태가 사유와 연장이라는 스피노자의 일원론을 헤겔은 매개된 일원론으로 변경시킨다. 대립된 두 힘들은 상호침투하면서도 상호 독립적이다. 상반된 요소의 부정을 통해서 한 요소는 정립되지만, 이러한 정립은 본래적으로 있던 요소와는 또 다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신현상학』은 제시된 명제 자체가 엎치락 뒤치락하지만 그 서술방식도 그렇다. 그래서 최종의 이해는 결국 그 끝에 가서야 알 수 있다.  책 안에서가 아니라 책 밖으로 나가려면 책의 안을 관통해야 한다. 이렇게 관통해서 나온 이해는 그냥 밖에서 보던 이해와는 다른 것이다. 이러한 사유의 여정, 아니 동요를 흥미롭게 읽어나갈 마음의 준비는 안되있지만, 부담감없이 소설책 읽듯 보려고 노력한다. 희안한 노력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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