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단상 Vorstelltung 2020. 12. 9. 08:3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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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다시 독일에 와서 비자를 받기 위한 고군분투의 시간을 두 달 가까이 겪어오다 일단 카셀에서 임시비자 6개월을 받았다. 빠른 비자진행을 위해 먼저 도착한 에어푸르트에서 주소지 등록을 하고 비자 테어민을 기다렸지만 한달이 지나도 정식 테어민을 받지 못하고 이 도시의 비자청에서 우편으로 보내라는 서류만 넘긴 채 11월말에 카셀로 왔는데, 뜻밖에도 카셀에서 테어민이 먼저 잡혔다. 이미 에어푸르트 비자청에서 까다롭게 요구한 서류를 모두 제출한 상태라 카셀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을지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비자처리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 카셀에서 임시비자를 받은 어제, 에어푸르트에서 드디어 테어민을 잡아줬지만, 거기선 또다른 서류를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에어푸르트 비자청은 그야말로 코로나를 핑계로 시간끌기를 하면서 비자를 갈구하는 외국인을 회피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일처리를 보여준다. 오래된 튜빙겐의 도시는 아름답지만 그 속에는 외국인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으려는 보수주의의 강력한 성벽이 가로 놓여 있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도시의 규모가 더 크고 외국인도 많은 헤센의 이 도시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나름 빠른 비자진행을 위해 두 도시를 놓고 양동작전을 펼치면서 많은 비용, 결과적으로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 발생했지만, 이 불확실성은 마치 농사와도 유사하다. 옥천의 한 포도밭에서 잦은 비로 망칠줄 알았던 하우스에서 의외로 작황이 좋았던 곳은 멀칭 비닐이 바람에 날려버려 하늘이 훤하게 드러난 부분이었다. 대비를 안할 수는 없지만 대비가 안된 곳에서 의외의 성과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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