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온지 두 달을 넘어서고, 이번 달 말이면 계속 여기에 있을지 귀국할지 결정을 앞둔 시점에서,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서 독일어를 어떻게 공부할 수 있을지 여러가지 시도를 하다가 결국은 여기서 하나 한국에서 하나 유효한 방법을 찾은 것 같다. 학교를 다닌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생활 자체가 회화와 밀접한 관련 없다면 노상 길 가는 독일 사람을 붙들고 얘기좀 하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돌아가더라도 독일어 공부가 필요한 이상 요즘 방향을 잡아가는 방법 몇 가지를 서술해 본다.
독일 언론사 중에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눙 차이퉁(FAZ)의 동영상이 많은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여기엔 독일어 자막이 나오기 때문이다. 독일 TV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이 24% 밖에 되지 않는 점을 볼 때, 이 진보적 매체의 자막 방송은 고무적이다. 참고로 슈피겔은 이런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처음 몇 주 동안은 구두점이 따로 없고 자막에 오류도 있는 이 방송을 어떻게 학습할까 생각하다가 모두 받아 치고 이 블로그에 올리는 방식을 했는데, 작문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품이 너무 들어서 어제 부터는 방송 자체를 짧게 끊어 보면서 자막에 나온 어휘와 문장 자체를 완전히 이해한 상태에서 한번 더 동영상을 보고 다른 영상으로 건너뛰는 방식을 택했다. 어차피 흘러가는 뉴스꺼리이니 이걸 스크립하고 링크 거는 것은 들이는 품에 비해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동영상에 나오는 자막은 구어체라 명확히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동영상 학습과 병행해야 하는 것은 종래 방식의 정확한 텍스트 독해이다.
지난주에 프랑크푸르트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서점에서 루만의 문고판 Die Gesellschaft der Gesellschaft 를 한국에서 가져온 이 책의 번역본 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샀다. 이 책을 번역한 분이 예전에 완역한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을 비교적 꼼꼼히 읽어본 터라 신뢰가 간다. 일단 이 두가지 방식 외에 세키쿠찌의 오래된 학습서와 독일 현지의 어학교재도 보고 있으나 앞의 두 가지 방식이 나에게 더 적합한 것이, 관심과 흥미를 돋구기 때문이다. 어학원 다니면서 할 것이 아니라면, 결국 어학은 자기한테 맞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최선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