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시청 : 신경인문학

단상 Vorstelltung 2016. 9. 5. 06:0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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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의 도구로 책은 여전히 유효한가? 근래 통 책을 잡지 못하는 게으름에 TV 리모콘을 돌리다 보면, 그래도 교육방송이 유용한 학습도구라고 느껴진다. 지난주 만난 친구와 나눈 대화 소재의 하나도 EIDF에서 방영한 다큐 <Natural Disorder>였고, 근사죽음과 관련한 사후세계의 문제를 철학과 의학의 맥락에서 접근하는 작업을 보여준 방송은 뇌과학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되었지만, 입양과정에서 드러난 뇌장애를 갖고 성장한 청년의 1년여에 걸친 연극준비과정을 보여준 이 다큐에서  장애에 관한 학문적 자문을 맡은 과학자는 의학자이자 철학자였다. 이런 점에서 철학은 제 학문에 침투할 수 있으면서 학문간 다리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철학만을 위한 철학은 공허하다. 특히 뇌과학과 관련한 주제는 물리학(양자역학)에서 종교까지 그 파급범위가 광활하기 때문에 철학이 개념적 도구로 활용되기에 최적의 소재다.   

 

이미 한국에서는 뇌과학과 인문사회학을 결합해 신경인문학을 표방하는 학제간 연구회가 만들어져 관련  주요 해외 문헌의 번역서와 아울러 그간의 성과를 모은 연구서도 나왔다(뇌과학, 경계를 넘다, 2013). 이 책에서는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 자기공명영상),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 양전자방사단층촬영)와 같은 첨단 뇌 측정장비의 보급과 더불어 더욱 발전하는 뇌과학이 사회에서 어떻게 수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가 법학, 철학, 심리학, 뇌공학, 과학사의 영역에서 각기 검토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형사법정에서 피의자의 정신감정에 fMRI 자료가 증거로 채택되는 추세, 법적 추론에 직결될 수 있는 신경윤리학에 대한 성찰, 식물인간의 윤리적 법적 지위와 관련해 fMRI를 통한 정서적 반응 유추(현상적 의식과 지각력), 뇌영상분석기술을 통한 마음읽기로 활용될 뇌-기계 인터페이스의 전망 등이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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