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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학생용 전집류로 나온 밀턴의 <실락원>과 단테의 <신곡>에 대한 작품 해설서를 보면서 르네상스의 양끝에 선 두 서사시인의 공통점을 알 수 있었다. 피렌체의 적대적 당파이자 교황에 우호적인 기벨리니당에 맞서 자치와 중산층을 옹호하던 궬피 백당에 속했던 단테는 궬피 당파의 피렌체 정부 집권 후 6인의 행정위원 중 하나로 실권의 최전선에 섰지만 교황을 등에 업은 궬피 흑당의 반정으로 피렌체에서 쫓겨나 베로나와 루카, 라벤나로 떠도는 유랑시인이 된다. 구교 중심의 왕당파에 맞선 신교 중심의 의회파에 속했던 밀턴은 찰스 1세의 처형 후 12년간 지속된 영국의 공화정에서 안정기를 맞이해 크롬웰의 의정 비서관까지 역임하나 찰스 2세의 왕정 복귀 후 그 역시 왕당파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들이 작품을 쓰도록 압박한 시대는 그들에게 암흑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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