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단상 Vorstelltung 2012. 12. 1. 08:3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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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김지하가 박근혜를 지지한 점에 대해서 변절, 노망, 추태 등으로 매도하는 글을 접하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온 힘으로  대적했던 독재자, 그의 인생에 좌절과 극기를 안겨준 원수의 딸을 인정한 것이 아닐까? 공적인 정치적 입장표명이 개인사의 굴곡과 혼동되서는 되겠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지만, 김지하의 선택은 난잡한 대선 정국에 자신의 껍데기를 가차없이 던져 버리는 비수처럼 보인다. 그의 전인생의 관점에서 그의 선택을 존중할 수 없을까? 선택에 대한 책임은 그의 이름과 더불어 역사에 남을 뿐이다. 민주당의 틀에서 그를 매도하는 것은 다수, 아니 갱단의 폭력과 다름없이 단세포적이고 졸렬하다. 아래는 김지하에 대한 해명과 아쉬움을 보여주는 조희연의 한겨례 칼럼(11/28) 일부.

 

"박정희 독재 시대의 ‘악마적 이분법’을 40년이 지난 지금 되풀이하자는 것은 아니다. 40년 전과 지금의 한국 사회는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악마적 이분법(박정희=적=악, 반독재세력=동지=선)을 되풀이하는 것은 대선 승리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김지하는 박근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름지기 40년 전의 ‘악마적 이분법’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자신은 바로 그러한 이분법을 벗어나서 미래지향적 가치인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예견적으로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한쪽 측면만을 보는 것이다. 물론 박정희 시대의 적과 동지가 40년이 지난 지금 동일한 모습으로 대립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가 전략적 특혜지원을 통해서 창출한 우리 사회의 계급적·사회적 기득권 세력과, 그와는 반대로 박정희 시대의 탄압을 뚫고 출현한, 높은 평등주의적 기대를 갖는 대중의 각축은 박정희 이후 현재까지 전개되고 있다(물론 그 각축은 지그재그로, 혹은 일보전진-이보후퇴의 형태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대선은 그러한 각축의 정치적 표현이며 그 두 주체가 어떤 관계를 맺는 사회로 갈 것인가 하는 ‘미래 구성투쟁’의 장이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가 출현한다면? 일정한 개혁정책이 취해지겠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가속화된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더욱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며, 구체적으로 3월15일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이제 ‘불가역적인’ 것으로서 확산되면서 한국 사회경제구조 자체가 그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전면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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