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러시아 단편선1

문학 Literatur 2017. 1. 9. 06:3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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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알렉산드르 뿌슈낀)

젊은 시절의 모욕에 대한 복수를 위해 자기 몫의 한 발을 간진한 채 결전의 날을 기다리는 일상은 매우 비일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복수는 상대의 가슴에 총격을 가하는 것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굴욕을 끌어내는 데 있다.

 

외투(니꼴라이 고골)

필사 전담 9급 공무원의 외투를 둘러싼 의외의 판타지 소설.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라는 괴이한 이름의 이 공무원은 필사의 업무에 혼신과 열정을 쏟을 정도이지만(바틀비의 무미건조한 필사에 비해) 가족도 없고 가난하기는 바틀비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외투에 대한 욕망에 있어서는 다르다. 이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거대했으면 자신의 청원을 무시한 장관에게 사후에도 달려 들었을까.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상품사회의 단면이다(그의 봉급을 넘어선 외투를 사고자 그가 재단사와 벌인 흥정과 검약). 바틀비의 놀랍고 위험스러운 점은 이런 사회에 대한 거부다.

 

무도회가 끝난 뒤(레프 톨스토이)

화려한 무대회가 끝난 뒤 벌어지는 일상의 잔악함. 연대장이 이른 아침 출근을 위해 늦은 새벽까지 무도회장에 머물지 않았던 이유라는 것이 화려한 무도회장의 분위기와 극렬히 대조된다. 일상의 천상과 지옥을 동시에 보려고 했던 대문호 말년의 관심사가 엿보인다.    

 

슬픔(안톤 체호프)

눈내리는 밤, 마수걸이도 못한채 눈에 파묻혀 가는 마부와 마차. 이 밤에 그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이는 승객도, 동료도 아니었다.

 

입맞춤(안톤 체호프)

퇴역 장성의 대저택 서재에서 있었던 신비한 접촉은 어리숙한 랴보비치 중위를 끝없는 허상의 로맨스에 빠뜨리지만,  대자연의 숨결에서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계시 보다는 무위를 느끼는 바와 마찬가지로 그의 공상은 오래가지 못한다.

 

스물여섯과 하나(막심 고리끼)

지하의 크렌젤리나 비스켓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일해야 하며, 주인에게는 물론 위층의 수예여공들에게도 천대를 받는 26명의 알탕 제빵사들은 숭배의 대상이 필요했지만 이 대상에 대한 검증도 요구한다. 숭배만이 아니라 진실을 원하는 점에서 그들은 더이상 노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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