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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2년 부터 사회당의 당원이지만 당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없는 유령당원이다. 이 논란에 한 마디 하고 싶지만, 이런 나의 자격미달로 이 블로그에나마 짧은 인상을 남긴다. 이명박이라는 초대형 날림 정권 말기의 201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한국사회 권력지형의 빅 이벤트를 앞두고 진보진영에서도 제도 권력을 향한 이합집산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민노당은 선뜻, 유시민을 내세운 열린우리당의 잔류파와 합세함으로써 대중정치를 향한 노정을 굳혔으며, 심상정과 노회찬은 진보신당을 박차고 자랑차게 이 대열에 몸을 실었다. 심노라는 얼굴마담들이 빠져나간 진보신당은 지난 대선 이후 민노당에서 탈퇴한 명분을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자칫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퇴락할 수 있는 이 황당한 출혈을 겪은 당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긴급 수혈 대상이 필요했는데, 그 1차 대상이 사회당이었다. 창당 20년이 넘은 사회당에서는 지난 2008년 총선 시점에서도 진보신당과의 통합 문제로 홍역을 치룬 경험이 있으며, 현재 진보신당에는 사회당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활약하고 있다. 민노당의 20년간의 공력이 무력하지만은 않은 한국 정치의 양강구도에서 보면, 이들의 행태는 지질히도 없는 것들끼리 치고 받는 옹졸한 싸움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기성 대중정치에서 볼 수 있듯이 인물과 힘의 우열로 돌아가는 정세가 여기에서도 관찰된다. 사실상 사회당은 진보신당보다 소수 정당이다. 진보신당과 달리 그 흔한 기초의원 조차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당의 당권파는 진보신당에 기울어져 있다. 더 힘이 있는 진보신당으로서는 사회당이라는, 자신과 성향이 비슷하지만서도 그래서 까칠한 정파이기도 하지만, 위기와 기회가 맞물린 근래의 상황에서 사회당이 자신의 우군이 되어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소수당의 당권파로서는 계속 써클주의에 매몰되어 역사에서 점점 더 무력하게 사라지기 보다는 '나' 아닌 것(für sich)의 힘을 빌려 현실정치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싶은 정치적 욕구는 정당 정치를 하는 이들로서는 정상스러운 욕구이다. 한쪽은 저쪽을 흡수합당의 대상으로 보고, 저쪽의 당권파는 자신이 흡수합당의 대상인 것은 알지만서도, 당원들에게는 쪽팔리는 '흡수'라는 말은 빼고 합당을 한 뒤, 모양새를 갖춰 달라고 하면서 내세운 것이 수임기구를 통합 2차 통합과정이다. 여기에 사회당의 당원 게시판은 근래 드물게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다. 외로운 단독자의 길을 더 외롭게 계속 걸어갈 것이냐 아니면 이질적인 힘들과 결합해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실험에 들어설 것이냐의 중대기로에 선 것이다. 나도 새로운 기회로 이 통합의 과정을 지켜 봤지만, 그래서 새로운 만남도 기대되기도 했지만, 이 논란에서 드러난 진상은 아무래도 정치공학적인 수순같아서 씁쓸하다. 이 사회당의 이름으로 자신을 던지며 활동한 이들에겐 굴욕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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