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Vorstelltung

18대 대선의 의미

산사람 2012. 12. 2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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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승리하리라는 빛나는 전망이 여지없이 추락해 한낱 기대에 불과함을 너무나도 극적으로 보여준 선거였다. 안철수 현상으로 지지율 상승을 등에 업고 문은 박을 과감히 추격해 갔으며, 연이은 TV 토론에서 박근혜는 수세에 몰린 쥐 꼴이었지만, 이런 수세적 국면이 오히려 기현상을 낳았다. 안정을 바라는 보수적 유권자의 결집이 승리의 요인으로 꼽히지만, 이런 평이한 분석을 넘어 이번 대선은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노령화되는 사회에서 시대 의식도 노령화되는 것인가? 사실 안철수 현상이 아니었다면 이미 지지율 격차에서 문은 뒤질 수 밖에 없던 선거 판세였다. 이런 면에서 안철수는 잠시나마 야권 지지자들에게 신기루를 심어준 셈이다. 선거판도는 19대 총선의 연장선이라 할 만큼, 새누리는 서울과 호남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는 대중 속으로 파고 들고 있으며, 그 추동력의 핵심에 박근혜가 있다. 이정희에게 쌍욕을 하며 박근혜를 옹위하는 40대 중반의 회사 택시 기사를 비롯해 대형 유통자본의 슈퍼에 밀려 고전하는 지역의 50대 영세 상점 주인이 박근혜 자서전까지 읽을 정도로 자영업자까지 사로잡은 박의 마력은 무엇일까? 이번 선거의 패인을 복기하려면  박근혜 현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단지 박근혜에 토라져 안철수에 달라붙은 질투심어린 유권자의 부동심리라는 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박근혜가 유신의 딸임을 역사적으로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알고 있던 노후 세대들에게 박근혜의 존재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지 부정을 안고 있는 과거를 현재의 어려움 때문에 용인한다는 해석은 뭔가 부족하면서 오히려 도덕주의적이다. 박근혜의 무엇이 그들을 유혹했으며 그 유혹의 근거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면 3.6%, 약 100만명의 표차의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  그것은 사소하게 보일 수 있지만 판세를 좌우하는 지렛대이기도 하다. 노령화되는 사회에서, 노령층을 공략할 수 없다면 집권을 바랄 수 없다는 주문일 수도 있다. 거꾸로 가는 사회로 보일지라도, 정치가 도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치는 유권 대중을 사로잡을 줄 알아야 한다는 투정일 수도 있다. 이런 투정을 사심없이 받을 줄 아는 지도자의 이미지로 박은 당선된 것일 수도 있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지만, 보일 수도 없으면 꺼지라는 허영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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