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Vorstelltung

촛불, 불꽃이 되다.

산사람 2017. 3. 13.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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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11시 차에서 선고방송을 듣고 난 이후 이상한 흥분감과 긴장감이 몰려왔다. 탄핵 인용 확률이 99%라고 확신했지만 8 : 0 까지 되리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법의 개정으로 이전의 대통령 탄핵심판과 달리 헌법재판관의 실명이 기재되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사실 의외이다. 아직까지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전직 대통령은 여전히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의 탄핵지지율이 80%라고 해서 헌재의 선고에도 기대해볼 만한 여지가 있다는 잘못된 믿음은 얼마나 허망한가. 내가 주말내내 겪은 이 비상한 감정은 어쩌면 419혁명 보다 더욱 가치있는 지난 4개월, 아니 보수정권의 10년을 마무리짓는 최고의 정치적 경험이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에게 정치적 탄핵을 받고, 의회로부터 제도적 탄핵을 받고,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로 이를 수용한 것은 완벽한 3심의 결과다. 정당성을 상실한 정권의 책임자가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면피하려는 움직임에 이보다 더욱 완벽한 쇄기가 어디 있을까. 이제 사인으로서 이전의 과실에 대한 법적 책임이 남은 당사자는 어제 저녁 집으로 황급히 도망쳤지만 역사 앞에서 그가 도망칠 곳은 더이상 없다. 역사의 죄인에게 안타까움이 있다면 시대를 잘못 만난 공주의 불행. 그야말로 조PD의 랩처럼 '상실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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