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Vorstelltung

작가와 체험

산사람 2011. 4. 4.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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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사서 읽다 만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보급판 원서를 집에서 가끔 읽고 있다.  1차 대전기 미국의 참전을 둘러싸고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전쟁사업이 가동되는 시기를 다룬 장을 보고 있는데, 전쟁을 둘러싸고 좌우의 대립이 매우 첨예하다. 일제로부터의 해방 후 의기양양하게 인천에 들어오던 미군들은 내부의 혼란을 뚫고 세계로 전쟁을 확대해 갈 초창병이었던 것이다. 하워드 진의 약력을 보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부르클린의  빈곤한 이민가 출신이던 그는 2차 대전 중 폭파 임무로 참전했다가 종전 후 제대군인에게 기회를 주는 G.I.Bill 덕분에 대학에 들어갔고 이후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그의 책도 나오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었던 것이다. 사실, 작가들에게 전쟁은 아주 강한 흡입력을 일으키는 대사건이다. 사회적 행동가이자 희곡작가이기도 한 하워드 진에게도, 전쟁은 스탕달이나 헤밍웨이, 조지 오웰, 노먼 메일러와 같은 작가들처럼 작가로서 참여해야 할 어떤 통과의례적 과정으로 수용된 것일 수 있다. 전쟁은 언제 어디서나 있었고, 전쟁을 선포하는 지배 집단과 전쟁터에서 생사를 다투는 피지배 집단이 다를지라도, 끊임없는 이 광란은 그래서 소비되지 않을 수 없는 주제로 작가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물론 작가들에겐 전쟁이라는 헛된 짓거리 말고도 체험해야할 일들이 많다. 극단적으로 죽음까지 체험할 수 있냐며 체험주의를 비판하더라도 다종다양한 체험은 값진 자양분임을 작가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다 못해 도서관에 쳐박혀 있는 것보다는 산책이라도 하는 게 건강을 위해서도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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