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Vorstelltung

'알 수 없는 인생'에 관해

산사람 2013. 9.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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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인생

 

이문세 노래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1)

 
시간을 되돌릴 순 없나요
조금만 늦춰줄 순 없나요
눈부신 그 시절 나의 지난날이 그리워요  2)

 

오늘도 그저 그런 날이네요
하루가 왜 이리도 빠르죠
나 가끔은 거울 속에 비친 내가 무척 어색하죠
정말 몰라보게 변했네요  3)

 

한때는 달콤한 꿈을꿨죠 가슴도 설레였죠
괜시리 하얀 밤을 지새곤 했죠  4)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시간을 되돌릴 순 없나요
조금만 늦춰줄 순 없나요
눈부신 그 시절 나의 지난날이 그리워요

어쩐지 옛 사랑이 생각났죠
당신도 나만큼은 변했겠죠
그래요 가끔 나 이렇게 당신 땜에 웃곤 해요
그땐 정말 우리 좋았었죠   5)


하지만 이대로 괜찮아요 충분히 사랑했죠
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답겠죠   6)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아직도 많은 날이 남았죠
난 다시 누군가를 사랑 할테죠
알 수 없는 인생이라 더욱 아름답죠

언젠가 내 사랑을 찾겠죠
언젠가 내 인생도 웃겠죠
그렇게 기대하며 살겠죠
그런대로 괜찮아요

아직도 많은 날이 남았죠
난 다시 누군가를 사랑 할테죠
알 수 없는 인생이라 더욱 아름답죠  7)

 

 

1) 첫단의 이 가사는 세계 전체에 대한 체험적, 지식적 가능성에 대한 불가능성을 선포한다. 체험적으로 사랑을 알 수 있을지, 지식적으로 세상을 파악할 수 있는지 물음을 제기하면서, 또한 가설적인 생명의 연장으로 그런 물음에 대한 대답이 가능한지 묻고 나서 곧바로 회의주의로 접어든다.

 

2) 이 가사의 구조 역시 앞단의 가사와 유사하다. 시간의 회귀와 지체 가능성을 노래하면서도 곧바로 자신의 정서적 한계, 곧 향수를 드러낸다.

 

3) 향수를 자극하는 동기에는 현재 생활에 대한 숨가뿐 정체감이 있다. 일상의 무미건조함 속에서도 시간은 회귀불가능하고 자신은 한발 한발 죽음을 맞이할 노쇠한 육체로 퇴화되어 가고 있음을 새삼 발견한다. 거울 속의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으로 비춰진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사실은 거울이 자신의 변화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자신의 자각을 거울에 반사시키는 것이다.

 

4) 무력해지는 육체에게 향수는 더 강하게 피어오른다. 어쩌면 그 향수를 통해서 굳어져 가는 육체에 균열을 가하고 싶은 욕망이 '햐얀 밤'이라는 역설로 나타난다.


5) 이제 향수에 대한 구체적 기억이 떠오른다. 대중가요의 흔한 주제인 옛사랑의 정취로 돌아간 것이다. 한 때 서로 사랑했고 이제 헤어져 있지만 그도 나와 함께 변해가고 아릿한 추억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

 

6) 여기서 더이상 추억의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사랑했던 자신의 기억이 이제 소중한 것이다. 사랑을 사랑하는 것!

 

7)반어적으로 인생을 알고 싶다는 첫단의 가사와 달리 여기서는 알 수 없는 인생을 긍정한다. 우연 속에 맡겨진 운명은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소망으로 푸른 날개를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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