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Vorstelltung

북조선이, 아니 김조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산사람 2017. 9. 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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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날인 어제 경향신문에서 이대근은 북핵을 둘러싼 가면놀이를 그만두라는 고언을 미국과 한국에 보냈다. 꼼꼼히 읽지는 않았지만, 주장하는 바는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먼저 북조선에 대한 위협과 군비경쟁을 멈추라는 것이다. 이 칼럼을 보면서, 십여 년 전 어느 대학가 선술집에서 역시 북핵을 두고 친구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끼어든, 386출신으로 보이는 아저씨의 평화적 방법론이 떠오른다. 햇볕정책과 주사파의 김부자사랑이 결합된 평화체제론은 이제 감상적 평화주의자의 노래로 맴돈다. 그래, 한반도의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무드를 위해 더이상 북조선을 위협하지 않고, 군비감축 경쟁도 한다고 하자. 그러면 북조선이 핵을 포기할까?

사람을 선하게 보는 사람은 호인이다. 하지만 호인이 되기 위한 대가는 처참할 수 있다. 사람을 선하게 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악인이 되어 나에게 비수를 꽂더라도 감내해야 한다. 개인간의 관계에 이런 비유를 드는 것은 다소 과장되지만, 국제관계에서는 차원이 다르다. 한 집단이, 한 정권이, 한 왕조가 자신의 영속적 지위를  보장받기 위해서 어떠한 짓거리를 벌이고 있는지는 IS에서 극명하다. 개인은 양심적일 수 있더라도 집단과 정권, 왕조, 국가는 다르다. 인간은 나 아닌 것을 위해서 자신을 던져 버릴 수 있는 집단회귀성이 있다. 더군다나 그 집단이 그냥 사회적 집단이 아니라, 근대를 체험하지 못한 근왕주의적 가문의 정체성이 걸린 사안에서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북조선을 결코 한반도 평화체제의 동반자로 보지 않는 보수적 여론의 일각은 북조선이 핵을 기정사실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선언적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마치 냉전체제의 미국과 소련처럼 21세기의 신신냉전의 한 축을 북조선이 잡고자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코 미국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므로, 미국의 선제 타격이 불가항력적이며, 그렇다면 한반도의 허리가 70여 년만에 또또다시 아작나는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합방 이후 어쩌다가 한반도가 반복적으로 이런 위기 수렁에 계속 빠져드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어쩌면 안철수가 4차원 인간 뭐시기 하며 떠드는 정치 뉴스 보다도 더 머나먼 얘기로 보이면서도 일순간에 국민적 운명을 바꿔버릴 수 있는 위험지형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우리 가족끼리 '행복하자'는 노래는 그만큼 허망하다. 

*김대중,노무현의 대북관을 과감히 수정하는 전략변침은 서서히 한계가 드러나는 문재인 정권이 보수를 통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조선, 아니 김조선을 냉혹히 다룰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고, 전두환을 처단하지 못하고, 김씨 왕조를 비판하지 못하는 정권은 허수아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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