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람 2011. 4. 2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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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이다. 설교자는 부활과 영생이야말로 기독교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죽음 저편에 영원한 생이 없다면 삶은 무가치한 것일까. 현세의 인과응보를 위해 사후세계는 있어야 하는 것일까. 보봐르는 『인간은 모두 죽는다』라는 소설에서 영원히 사는 인간 휘스카의 고뇌를 통해 영생의 끔찍함을 고발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로 얼룩진 종교는 삶을 부정하면서 삶의 자양분을 빨아 들인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지만 죽음 앞에서 좀더 당당한 삶을 살 수 없을까. 보험사와 교회가 위협하는 죽음의 공포를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까. 죽음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삶을 소중히 가꿔 나가고, 작물의 생장과 죽음처럼 노년의 삶을 후손을 위한 거름으로 쓸 수는 없을까. 타인의 신앙을 다른 타인이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영생에 대한 바램에 숨겨진 생에 대한 가혹한 집착에서 살짝 벗어나는 게 보다 성숙한 종교가 아닐까. 천국에 보화를 쌓는 종교는 여전히 시대의 우상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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