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새벽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어제는 하루 휴가를 내어 도서관에 들러 하던 작업을 하고 저녁엔 홍상수의 <밤과 낮>(2008)을 봤다. 도서관에 가기 전, 인근의 대형마트에서 원두커피를 사려고 들렀는데, 오전 10시가 넘었는데 1층 매장홀 복도 한가운데 입점해 있는 커피집 일하시는 분이 주변 청소에 여념이 없었다. 의자에 앉아 청소가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이 분은 계속 청소에 몰두중이다. 마트에서는 주변 청소도 입점주의 업무로 얹혀 주었나 보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 커피를 달라고 하기가 주저되어 2500원 하는 커피를 포기하고 혹시 몰라 푸드 코트가 있는 2층으로 올라 갔는데 외산 패스트푸드점에서 커피를 1500원에 팔고 있었다. 여기서도 일하시는 분이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행주로 주방을 훔치는 정도라 커피를 줄 수 있는지 물어 봤다.
새벽부터 2시간 가량 퍼붓던 눈은 잠잠해 지고, 날이 밝아오면서 구름은 빠르게 이동하고 제설차량의 사이렌이 울리고 있다.
도서관 개가 열람실에서 전날 술자리에서 얘기가 나온 <여씨춘추전>에 관한 개관서를 들춰보고 <의사소통행위이론>의 파슨스 편을 보다가 점심 무렵 입구 프론트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아줌마들의 수다 소리가 거슬리고 계속 있기에 답답해서 나왔다. 저녁에 막걸리로 반주나 할겸 다시 마트에 들렀는데, 수산물 코너에 중금속 검사를 안내하는 홍보물이 부착되어 있었다. 방사능 검사도 아니고 중금속 검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아해 하면서 아스팜탐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2000원 짜리 막걸리 한통을 사들고 집으로 갔다. 막걸리 한 통을 계산하는데도 회원카드 소지여부를 물어보는 초로의 계산원의 매뉴얼화된 화법과 도서관 자봉단의 수다에서 체계와 생활세계의 일상적 단면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