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Vorstelltung

다양함의 단순함

산사람 2019. 7. 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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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동해에 와 있으면서 900개의 채널을 돌려 봤다. 그 중에 볼 만한 것은 정말 1%도 되지 않으며, 대개는 홈쇼핑에 점령당해 있다. 이것이 방송의 다양함인가? 어쩌면 정말 볼만한 프로그램에 대해서 대가를 지불하고 리모콘을 돌리는 수고를 없애는 것이 현명한 TV시청 방식같다.

인상깊었던 프로그램은 북한 관련 외국 다큐멘터리와 한국전쟁에 관한 외국방송과 국내방송사의 합작 다큐멘터리. 특히 후자의 경우 중국측 영상과 정보를 소개한 점이 신선했다. 40만 대군은 중국이 단일규모로는 한반도로 보낸 최대다수의 병력일 것인데, 재미있는 사실은 조선인이 팔로군을 지원한 사실을 모택동이 오히려 참전의 명분으로 삼았다는 점. 이것은 그런 지원이 없었다 해도 중국은 개입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대국은 대국과 맞서 있기 보다는 소국을 완충지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 중공 권력자들의 의중이었고, 그래서 다급히 군대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 옛날 교과서에 김일성이 모택동을 찾아가 군사를 구걸했다는 것은 불충분한 정보와 반공정신의 산물인 셈이다.

다큐멘터리도 영상물인 이상 다양한 볼거리를 제시할 수 있으나 지나친 연출이 가미된 다큐는 드라마에 가깝다. 유독 한국의 다큐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고려인의 애환을 다룬 KBS의 프로그램은 불충분한 정보제시를 감상적 연출로 대체했다. 다큐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 이런 졸작을 통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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